11.12.01.
1. 한 해의 마지막 12월의 첫 날을 또 그와 보냈다. 사랑할 수도, 사랑을 받을 수도 없는 대상에게 반한다는 것은 정말이지 정지용의 표현처럼 외롭고 황홀한 기분이 드는 일이다.
손도 대지 않는 내 밥에, 더 먹으라는 말 대신 그냥 그의 따스한 숭늉을 밀어주는 것. 슬리퍼 하나만 신고나와 덜덜덜 떨리는 손으로 길거리 음식을 사서 굳이 나에게 먹게 하는 것. 중요한 시험을 앞두고도 제법 먼 거리에 있는 버스정류장까지 (가까이 있는 버스정류장을 눈앞에 두고) 굳이 걸어가겠다는 나를 혼자 걸어가게 하지 않는 것.
그런 점은 항상, 왜 나는 이 아이를 사랑하지 못할까. 하고 슬퍼지게 만든다.
2. 니가 사랑한다는 사람, 나랑 닮아서 조금 아니고 많이 닮아서 기분이 이상한 밤. 그래도 기분 좋다.
3. 끊임없이 할일이 쏟아지지만 나쁘지만은 않은 것 같다.